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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9년 11월 6일에 실린 기사 발췌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062051005&code=990100



사과는 아래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이 아래 방향으로 사과를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따른다. 지구가 사과를 아래로 당길 때, 사과도 지구를 잡아당긴다. 그런데 왜 지구가 안 떨어지고 사과가 떨어질까?


이 간단한 물리학 질문에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이 사과가 지구를 당기는 힘보다 더 커서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다르다.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사과가 지구를 당기는 힘은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과 정확히 같다. 물론 방향은 반대다. 지구가 사과를 아래로 당길 때, 사과는 지구를 위로 당긴다. 똑같은 크기의 힘이 사과와 지구, 각각에 작용한다. 그런데 왜 사과는 아래로 떨어지지만, 지구는 위로 움직이지 않을까?

                

이쯤 되면, 유명한 뉴턴의 운동법칙 F=ma가 등장할 때다. 힘(F)이 같아도 물체의 가속도(a)는 물체의 질량(m)이 달라지면 변한다. F=ma를 a=F/m으로 바꿔 적고 보면, 물체의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한다. 위의 질문에는 “물론 지구도 사과를 향해 위로 떨어진다. 단지 지구가 사과보다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더 커서, 아주 조금만 떨어질 뿐이다”가 답이다. 같은 크기의 힘이 작용해도 지구의 질량이 사과의 질량보다 훨씬 커서, 지구의 가속도는 사과의 가속도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지구가 사과를 향해 움직인 거리는 아무리 정교한 실험 장치를 이용하더라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지구와 달 사이에도 상호작용이 있다. 뉴턴은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사과의 운동과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운동이, 똑같은 형태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에서 중력을 발견했다. 지구, 사과, 달뿐 아니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으로 앞에 보편을 붙여 ‘보편’중력, 혹은 ‘만유’인력으로 부르는 이유다. 사회를 구성해 함께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다른 모든 이와 상호작용한다. 사과와 지구 사이 상호작용의 이름이 중력이라면, 내가 다른 이와 맺고 있는 상호작용의 이름은 연결이다. 우리 각자는 다른 모든 이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 하나하나는 고립무원의 섬이 아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 섬은 없다.


사람이 아닌 동물 중에도 1+1=2를 아는 종이 많다. 물론 1+1이라고 적어주었더니 종이 위에 펜으로 2라는 숫자를 적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소리나 빛의 자극을 주고, 자극을 준 횟수만큼 레버를 누르면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고안된 실험에서, 실험용 쥐도 작은 수의 덧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심지어 물고기와 개미도 어느 정도 덧셈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말 못하는 동물도 1+1=2는 안다. 낫을 보면 기역을 떠올리는 사람은 물론 대부분의 동물보다 더 높은 차원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 ‘1’을 보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다양한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 사과 하나, 배 하나, 감 하나, 사람에게는 모두가 ‘1’이다.


개별적인 존재자에서 벗어난 추상적 기호 ‘1’의 의미를 아는 지적존재에게 ‘1+1=2’를 종이에 적어 보여주자. ‘+’가 무엇인지, ‘2’가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말이다. ‘+’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등호 ‘=’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줘도 ‘2’가 무엇인지를 깨우칠 리는 절대로 없다. 모여서 이루어진 전체(‘2’)에 대한 이해는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1’)를 이해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에 해당하는 구성요소 사이 상호작용의 의미도 알아야 한다. 전체는 부분으로 이루어지지만, 전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부분만이 아니다. 연결되지 않은 모래알은 모래더미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연결되어 벽돌이 되고, 벽돌이 연결되어 건물이 된다. 이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들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들과 다르다. 우리도 어엿한 한 부분으로 들어있는 우주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것들의 전체집합이다.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입자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현재의 이해를 담고 있다. 우주는 하나하나의 근본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주를 우주로 만드는 것은 이들의 상호작용이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세상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이루어지지만, 세상을 세상으로 만드는 것은 서로의 소통과 연결이다.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당신의 존재가 내게 미치는 연결의 힘은 나의 존재가 당신에게 미치는 연결의 힘과 같은 크기일 수도 있겠다. 같은 중력이 작용해도 지구는 꿈쩍하지 않고 사과만 민감하게 반응해 움직인다. 당신이 내게 한 스쳐가는 한마디 말은, 짜릿한 기쁨이 될 수도,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될 수도, 혹은 쇠귀에 들리는 경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도가 다른 이유는, 결국 당신 말의 경중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질량에 달린 것은 아닐까.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쓰는 자와 읽는 자 사이에도 상호작용이 있다. 같은 내용을 배우고, 같은 글을 읽어도, 마음을 열어 들으려고 하는 사람만 배우고 읽어 이해할 수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지만, 그렇다고 옷깃을 스친 둘이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스쳐가는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잎새, 그 연약한 잎새의 작은 떨림이 괴로워 잠 못 드는 시인처럼, 내게 전달되는 상호작용의 의미는, 흔들릴 수 있는 마음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떨어진 사과 한 알이 지구라는 큰 몸을 움직이진 못한다. 그래도 지구는 몸이 부서진 것처럼 아플 수 있다.


소통도 이해도 결국 준비되어 떨릴 수 있는 이의 몫이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살 만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 구석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여럿의 마음이 모여 연결되어야 한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산 같은 사람은 소통과 이해를 멈춘 이다. 난, 깃털처럼 가벼운 티끌이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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