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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1년 3월 4일에 실린 기사 발췌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40300025&code=990100


[김범준의 옆집물리학]꼰대


세상에는 두 종류의 꼰대가 있다. 꼰대라는 것을 아는 꼰대와 그것도 모르는 꼰대. 두 번째가 더 문제다.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아무거나 다 시켜! 난, 짜장면!”을 외치는 직장 상사와 비슷하다. 훌쩍 50대 중반에 들어선 나도 물론 꼰대다. 주변 대학 교수 중 꼰대가 특히 많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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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에도 중증과 경증이 있다면, 교수는 분명한 중증 꼰대다. 법원 판사, 병원 의사도 마찬가지다. 정보 비대칭성이 커 상대가 반박하거나 토 달기 어려운 직업일수록 꼰대가 되기 쉽다. 가만히 속으로 삭이며 틀린 말을 참고 들어줄 뿐인데, 상대가 가만히 있으니 자기가 옳은 말만 한다고 믿는다. 결국 꼰대라는 안정적인 고정점(stable fixed point)에 도달한다. 꼰대가 많은 회의는 코미디 코너 ‘봉숭아 학당’을 닮았다. 자기 의견이 옳다고 믿으며 회의를 시작한 모든 꼰대는, 회의가 끝나면 자기 의견이 정말로 옳다고 생각한다. “회의 중 결정할 수 없으니, 이 문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든다”가 꼰대 회의 대개의 결론이다. 꼰대 중에는 스스로의 영토를 넓은 시공간으로 무한 확장하는 이도 등장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고 어느 영역에서나, 항상 자기가 옳다고 믿는 꼰대 대마왕.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해결사를 자임한다.


물리학은 둘 사이의 관계를 상관(correlation)함수로 잰다. 시공간 좌표축에서 시간 t와 거리 x가 늘어나면 상관함수는 0으로 줄어든다. 주가 오르내림의 시간 상관함수는 몇 분만 지나도 거의 0이고, 두 지역 사이가 100㎞ 정도 되면 우리나라 선거 득표율의 거리 상관함수는 0으로 줄어든다. 꼰대란 무엇인지, 물리학의 상관함수로 생각해보자. 시공간 좌표가 (t,x)인 지금 이곳의 상황을 먼 원점 (0,0)에서 형성된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것이 꼰대다. 원점과 (t,x) 사이 거리가 멀수록 더 심한 꼰대가 된다. 같은 분야 오래전 판단기준을 현재에 적용하는 시간 꼰대도, 한 분야 전문성을 다른 곳에 적용하는 공간 꼰대도 있다. “나 때는 말이야(Latte is horse)”의 라떼 꼰대는 시간 꼰대다.


수십 년 전 학력고사 경험의 잣대로 요즘 학생부종합 수시를 비판하거나, 오래전 경제발전 시기 대학생 경험으로 공무원 준비하는 요즘 대학생을 꿈이 없다 비판한다. 시간 꼰대보다 더 위험한 것은 분야를 넘나드는 공간 꼰대다. 본인의 전문 지식 범위를 한참 넘어선 영역에서도 자기가 옳은 말만 한다고 믿는다. 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건강 전문가가 아니고, 물리학 교수라고 진화론 전문가가 아니다. 유사과학을 얘기하는 사람 중에 특히 교수가 눈에 자주 띄는 이유는 분명하다. 꼰대라 그렇다. 꼰대 대마왕은 시공간의 모든 좌표축을 아우르는 진정한 꼰대다. 한참 전 과거라서 t가 아주 크고,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라서 x가 아주 커서, 상관관계가 이미 0인데도, 자기가 옳다고 믿는다. 스스로 전문가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을 때 먼저 할 일은 t와 x를 유심히 가늠하는 일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공학을 공부하며 만난 좁은 한인 사회의 경험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현재를 판단하는 사람을 보면, “그건 그때 거기 얘기죠”라고 하자.


현재의 문제를 생각하려면 어쩔 수 없이 비교의 대상이 필요하다. t와 x가 다를 수 있을 뿐, 어쩌면 우리 모두 꼰대라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미끄러지는 ‘지금’을 바로 지금 새롭게 형성한 가치관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래도 중증 꼰대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있다. 과거, 저곳의 기준과 현재, 이곳 사이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늘려가자. 시간이 흘러 세상이 변하면 내 생각의 기준 시점을 시간 축을 따라 옮기고, 널리 읽고 다양하게 만나 판단 기준이 정의된 공간의 부피를 넓히는 노력을 계속하자.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 극소수만 나와 생각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때가 스스로의 판단을 멈출 적기다.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나와 다를까” 하고 생각한 적이 많은가? 맞다. 세상이 아니라 당신이 문제다. 당신이 꼰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40300025&code=990100#csidxcecba38395d76c0a9311490a36db3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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