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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0년 2월 26일에 실린 기사 발췌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2262048015&code=990100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예측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닿는다. 정말?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수백만 번 돌멩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다고 해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바로 이 돌멩이도 잠시 뒤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진다. 위로 거꾸로 솟는 것을 본다면 정말 내일 아침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는, 동쪽에서 뜨는 아침 해와 마찬가지의 확실성을 가진다. 이러한 확신의 근거는 무얼까?


뉴턴의 고전역학은 계의 미래를 결정론적으로 기술한다. 고전역학으로 기술되는 자연법칙 자체가 갑자기 변하지 않는 한,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지고, 내일 아침 해는 동쪽에서 뜬다. 물리학이 찾아낸 자연법칙이 우리가 가진 확신의 근거라 할 수 있겠다.


질문은 계속된다. 만약 물리학의 자연법칙이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근대과학이 태동하기 전의 사람들은 돌멩이가 갑자기 위로 솟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중력법칙을 적용해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푼 것이 아니었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모두 모아서, 서쪽에서 뜨는 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내일도 마찬가지로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예측을 한 것이다.


경험에 바탕을 둔 통계적 예측을 동역학적인 예측으로 대체한 것이 뉴턴의 고전역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내일 아침 해가 여전히 동쪽에서 뜨는 이유를 “지금까지 늘 그랬으니까”라는 경험적인 예측에서, “지구 자전에 관계된 각 운동량이 보존되니까”라는 물리학의 자연법칙에 기반한 예측으로 바꿨다.


경험에 기반한 통계적 예측도 물리학에 기반한 동역학적 예측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예측이다. 물론, 확실성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경험을 통해 수없이 확인된 경험적 예측이라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초속 11.2㎞보다 빠른 속도의 돌멩이는 지구를 벗어나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또, 아무리 물리학을 이용해 예측했다 해도 항상 그 예측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떨어지는 돌멩이를 옆 친구가 도중에 손으로 받아낸다면, 돌멩이는 땅에 닿지 않는다. 모든 예측은 가정이 있다. 예측 시점에서 이용한 지금까지의 정보가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는 가정이다.


손에서 놓은 돌멩이의 운동이나,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방향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다른 예측도 있다. 이미 현재의 상황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만, 우리가 아직 관찰하지 않아 현재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의 예측이다. 내가 자주 하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독자도 한번 따라 해보시길. 1. 한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숫자를 센다. 2. 전체의 10% 정도의 사람이 나의 질문에 손을 들 것이라고 예측해 그 숫자를 모인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100명이 모여 있다면 10명 정도가 손을 들 것이라고 말한다. 3. 혈액형이 AB형이신 분들은 손을 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미 그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혈액형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정보다. 이미 정해져 있지만, 아직 측정하지 않아 모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의 예측을 현재의 예측(prediction of the present)이라 할 수 있겠다. 많은 경우, 현재의 예측은 통계적인 예측의 형태를 띠는데, 데이터의 크기가 커질수록 점점 더 예측이 정확해진다. 우리나라에서 AB형은 약 10%다. 5명 중 AB형이 몇 명인지는 예측하기 어려워도 5만 명이라면 AB형의 상대적 비율은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요즘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통계적 예측의 단점도 물론 있다.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에 대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 위의 간단한 실험에서, 몇 명이 자신의 혈액형이 AB형이라고 손을 들지, 개략적인 통계적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누가 손을 들지는 아무런 예측도 하지 못한다.


여러 연구들이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도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기본적인 물리학의 몇 원리를 이해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손에서 놓았는데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물체를 화면에 보여주면, 아기들은 이상하게 생각해 아래로 자연스레 떨어지는 물체보다 더 오래 쳐다본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몇 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물리학자다.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적인 관찰 결과를 모아서, 어떤 물리 현상은 가능하고 어떤 것은 불가능한지를 나름 예측한다.


어린아이뿐 아니다. 우리 모든 인간은 항상 미래를 예측한다. 여러 신경과학자가 사람의 뇌를 ‘예측 기계’라 부르는 이유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의 정보를 모아서 인간은 가까운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쉴 새 없이 예측하고, 현실의 결과와 비교해 끊임없이 수정해 간다.


      
우리가 늘 경험하듯이 예측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예측과 현실의 차이는 다음의 예측을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현재의 인공 신경 회로망도 마찬가지의 방법을 따른다. 입력층에 넣어준 정보는 정보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일종의 예측 형태로 출력된다. 예측치와 현실의 정답과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의 지도학습 방법이다. 사람이나 인공지능이나, 정확한 예측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측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2262048015&code=990100#csidx718992e473d568691055f4c5eed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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