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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0년 9월 23일에 실린 기사 발췌


출처: http://www.segye.com/newsView/20200923521389?OutUrl=naver


유리, 액체상태서 식히면 고체로
양쪽 성질 다 지녀 구별 어려워
최근 AI로 입자 운동성 예측해
물리학 난제 해결 새 길 열어


얼음은 고체고 물은 액체다. 물이 끓으면 기체인 수증기가 된다. 온도가 아주 낮아지면 모든 입자들이 제자리에 꽁꽁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고체가 된다. 이때, 입자들의 배열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며,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예쁜 단결정을 이룰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일 때가 에너지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물이나 소금, 그리고 금속은 액체 상태에서 시작해 온도를 천천히 낮추면 결국 결정을 이뤄 고체가 된다. 반대로, 온도가 아주 높아지면, 에너지가 아니라 엔트로피가 중요해진다. 입자들이 여기저기 아무 곳에서나 마구잡이로 활발히 움직이는 기체가 된다. 물리학에서는 기체가 가장 쉽고, 고체도 그럭저럭 이해할 만하지만, 그 중간인 액체가 가장 어렵다. 액체 상태에 있는 물질의 내부에서 입자들은 결정을 이루지 않아 불규칙적으로 배열되고, 기체 상태일 때처럼 활발히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위치를 그때그때 바꿀 수 있다.


손으로 눌러보면 딱딱해 고체 같고, 입자들의 배열은 불규칙해 액체 같은 물질이 있다. 바로, 우리가 매일 보는 유리다. 유리는 과연 고체일까, 액체일까? 위치가 불규칙한 입자들이 옴짝달싹 못 해 흐르지 못하는, 고체 같은 액체, 액체 같은 고체가 바로 유리다. 유리 상태에 대한 연구는 어려운 액체보다도 더 어려워, 많은 물리학자들이 오랜 기간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유리컵을 만드는 과정을 보자. 높은 온도에서 구성 물질을 모두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들고는, 온도를 낮추면서 원하는 모습으로 변형시켜 유리를 굳히게 된다. 굳히기 전 처음의 액체 상태일 때 모든 입자의 위치가 담긴 사진을 찍는다고 상상하고, 유리컵으로 굳은 다음에 마찬가지의 사진을 찍어서 둘을 비교한다고 가정해보자. 액체 상태에서 찍은 사진과 유리 상태에서 찍은 사진을 구별할 수 있을까? 입자의 운동에 대한 정보 없이, 스냅사진 속 입자들의 위치만을 본다면, 둘을 구별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입자들이 불규칙하게 놓여있다는 면에서는 액체 상태와 유리 상태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리학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에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이 올해 출판한 논문이 바로 이 문제를 다뤘다. 논문의 저자들은 먼저, 유리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이 잘 알려진 이론 모형을 이용해 모두 4096개 입자에 대한 표준적인 분자 동역학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온도와 압력을 바꿔가며 여러 번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입자들의 위치 정보를 여러 스냅사진으로 저장하고, 이와 함께 각 입자의 시간에 따른 운동성도 측정했다. 액체 상태에서 어느 정도 활발히 움직이던 입자는 온도가 낮아져 유리 상태에 들어서면 운동성이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이용하고자 했다. 입자들의 위치 정보를 그래프 형태로 바꾸어 입력 정보로 넣어주는 그래프신경망(Graph Neural Network)을 이용했는데, 입자들의 운동성이 신경망에서 옳게 출력되는 방향으로 학습이 이뤄지게 된다. 학습을 마친 다음에는,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위치정보 스냅사진을 신경망에 입력하고, 신경망이 출력해내는 입자들의 운동성을 살펴보면, 학습시킨 인공지능 신경망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


논문의 결과는 무척 놀라웠다. 우리 눈으로는 거의 달라 보이지 않는 액체 상태와 유리 상태에서의 입자들의 위치정보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입자들의 운동성을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다. 즉, 스냅사진만으로도 액체인지 유리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적인 정보만으로도 동역학적 특성을 추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습시킨 인공신경망이 온도에 따른 상관거리의 변화를 중요한 특성으로 추출했다는 내용도 논문에 담겼다.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유리상전이의 주된 특성이라는 이야기다. 이 논문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해 과학의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가 최근 늘고 있다. 과학의 정해진 방법을 배우고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딱딱한 과학자가 아니라, 어느 문제에나 적응해 변모할 수 있는, 흐르는 물 같은 과학자가 미래에 더 필요하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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