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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노벨상을 4명의 일본인 과학자가 수상하자 많은 사람이 놀라고 있지만 일본의 근대사와 기초과학 전통을 살펴보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 일본인 16명이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기초과학 분야가 13명이다. 과학 분야의 한국인 수상자는 0명이다. 일본 기초과학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1640년, 에도(江戶) 시대 초기에 일본은 가톨릭에 대한 박해 후 겉으로는 쇄국정책을 폈지만 서양과 통하는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네덜란드와 교역하며 유럽의 산업혁명을 고스란히 경험했다. 1858년, 근대 일본의 아버지로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국민적 기회 균등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게이오 대학을 설립했다. 그는 네덜란드어를 공부해 서양 문물을 접한 뒤 영어의 중요성을 예견해 독학으로 영어를 익혔고, 미국과 유럽을 다녀와서 영일사전을 비롯해 많은 책을 출판하는 등 근대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1877년, 메이지(明治) 시대가 시작된 지 9년 후 도쿄대학이 설립됐다. 이는 웬만한 미국 주립 대학들보다 앞선 시점이다. 이 시기에 이미 외국인 교수들이 강의를 하고 있었으니, 우리 대학들이 요즘 외국인 교수를 초빙해 국제화를 시도하는 것에 비해 100년 이상 앞선 것이다. 1917년, 과학자와 선각자들의 주장을 일본 정부가 받아들여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이화학연구소(RIKEN)가 설립됐다. 일본 현대물리학의 아버지인 니시나 요시오(仁科芳雄)는 이화학연구소에 근무하다 1921년 유럽 최고 연구소와 대학을 두루 방문한다. 이때는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역학이 탄생하던 시기로 그는 양자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닐스 보어와 코펜하겐 대학에서 함께 연구했다. 그는 뛰어난 물리학자였을 뿐 아니라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었다. 양자역학을 만든 하이젠베르크, 디락, 보어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니시나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해 젊은 일본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니시나의 지도하에 유가와는 1949년에, 도모나가는 65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올해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 4명을 배출한 것은 이처럼 200년 전부터 고등교육과 기초과학에 대한 범국가적인 지원과 전통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교육과 기초과학의 힘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 미국보다 앞서 대학과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2001년, 일본은 더욱 야심 찬 정책을 추진했다.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는 향후 50년간 노벨상 수상자를 30명 정도 배출하겠다는 목표가 명시되었다.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기초과학이야말로 국가가 전략적으로 확실히 지원해야 한다”는 가와무라 일본 관방장관의 말에서도 앞으로 일본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 1945년,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았을 때 물리학을 전공한 4년제 대학 졸업생 수가 10명도 안 되었으니 일본에 비해 우리의 고등교육과 근대 과학 역사는 100년이나 뒤져 있다. 2008년, 이제 우리나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먹고살기 위해 남을 쫓아가는 과학기술을 해 왔으나 이제는 남을 뛰어넘는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첨단 과학과 원천기술을 보유한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기초과학의 전통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초과학은 응용과학과 산업기술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기름진 토양이다. 노벨상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기대하려면 땀과 함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홍승우 교수 성균관대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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