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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4.04.24]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과속 단속 경찰도 알아야 하는 순간속도
2024-05-07경향신문 2024년 4월 24일에 실린 기사 발췌 출처: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4242048015 1시간에 60㎞를 가는 속도로 달리면 1분에 1㎞, 1초에 약 17m를 간다. 속도는 이처럼 거리와 시간을 함께 이용해 표시한다. 시간 단위 1분(minute)은 바빌로니아 문명의 60진법이 기원이다. 1시간을 60등분해 얻어지는 짧은 시간 조각이 1분이다. 영어 단어 minute의 어원은 라틴어 ‘pars minuta prima’다. ‘첫 번째 작은 조각’이란 뜻이다. 영단어 minute가 지금도 ‘미세한’이라는 뜻과 1분이라는 시간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유다. ‘분’의 한자인 나눌 분(分)에도 1시간을 나누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흥미롭다. 1시간을 60조각으로 잘게(minute) 나눈(分) 것이 1분이다. 우리말 시간 단위 초(秒)의 한자는 아주 작은 말단, 벼나 보리의 까끄라기를 뜻할 때는 ‘묘’로 읽는다. 라틴어 secundus가 어원인 영단어 second는 1초와 두 번째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1시간을 작은 60개 조각으로 나눈 것이 1분이고, 이를 다시 두 번째(second)로 또 60개의 조각으로 나눈 것이 1초이기 때문이다. 시를 한 번 나눈 작은(minute) 조각이 분이고 두 번째(second) 나눈 조각이 초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 경찰과 운전자 사이의 가상 대화가 나온다. 조금 바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한속도가 시속 60㎞인 도로에서 과속한 차를 세운 경찰이 “과속하셨네요. 1시간에 80㎞의 속도였어요”라고 하자, 운전자는 말한다. “그건 불가능해요. 목적지까지 전 기껏 20분만 운전할 텐데 어떻게 1시간에 80㎞를 가겠어요?” 경찰이 다시 설명한다. “지금과 같은 식으로 앞으로 계속 운전한다면 1시간에 80㎞를 가는 속도여서 벌금 내셔야 해요.” 운전자가 다시 항변한다. “아이고 답답해라. 이미 전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어요. 속도가 줄어들고 있었다고요. 제 차는 분명히 1시간에 80㎞를 갈 리가 없어요.” 속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재밌는 대화다. 물리학을 아는 경찰이라면 과속 단속의 기준은 평균속도가 아니라 순간속도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의 속도는 매 순간 달라진다. 단속 시점, 바로 그 순간의 속도가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넘었기 때문에 운전자를 경찰이 단속한 것이다. 물리학의 속도는 위치의 변화량을 시간의 변화량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만약 1시간(시간 변화량) 동안 자동차의 위치가 60㎞(위치의 변화량)만큼 변했다면, 그사이 자동차가 가속과 감속을 했더라도 평균속도는 시속 60㎞다. 평균속도가 시속 60㎞였다고 해서, 자동차가 1시간 안의 모든 순간에 시속 60㎞로 일정하게 움직였다는 뜻은 아니다. 딱 한 순간의 자동차의 속도가 바로 순간속도다. 물리학에서 보통 시간 변수는 t로 적는다. t라는 한 순간에 자동차의 속도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움직이는 자동차의 한 순간 t에서의 순간속도를 구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시간 t, 그리고 아주 조금의 시간(h)이 흐른 다음의 시간 t+h, 이렇게 두 시간 사이의 평균속도를 일단 구한다. 두 시간의 차이 h를 줄이고 줄여서 0으로 수렴시키면, 그때 얻어지는 속도가 순간속도다. 이 방법으로 구하면 자동차의 순간속도는 딱 한 시간 시점 t에서 정의된다. 점점 두 시간의 차이 h를 줄여가면 시간의 변화량은 0으로 수렴하고, 그때 위치의 변화량도 마찬가지로 점점 작아져 0으로 수렴한다. 순간속도는 무한히 작은 위치의 변화량을 무한히 작은 시간의 변화량으로 나누어 얻어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0을 0으로 나눈 것은 아니다. 0에 무한히 가까운 작은 양을 마찬가지로 0에 무한히 가까운 작은 양으로 나누면 유한한 값이 얻어진다. 바로 수학의 미분이다. 순간속도는 위치의 시간미분이다. 미분과 적분의 수학은 물리학에 자주 등장한다. 무한히 작게 나누는 것이 미분이라면 이렇게 자른 것을 다시 무한번 쌓아 올린 것이 적분이다. 어차피 다시 쌓아서 전체를 만들 것이라면 굳이 왜 나누는 걸까? 나눠서 작은 것을 이해하고 그렇게 이해한 것을 모아 전체를 구성하면 의외로 답을 구하는 게 가능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일단 작은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잘게 나누고 깊게 연결해 이해하는 것이 물리학 방식이다. 물리학은 미분으로 자연을 기술하고 적분으로 자연을 이해한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노창동 교수님, 유튜브 안될과학 출연_매우고에너지 4부
2024-04-23지난 4월 19일 구독자 109만명의 '안될과학' 채널에 노창동 교수님이 출연하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hF6F5faofM
노창동 교수님, 유튜브 안될과학 출연_매우고에너지 천체물리 3부
2024-04-23지난 4월 18일 구독자 109만명의 '안될과학' 채널에 노창동 교수님이 출연하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5Gd_Sy_m0U&list=PLFs8qkZ9PQldqfbudveAYEh5c4Zo44mPF&index=1
[경향신문 2024.03.27]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일주일은 왜 7일일까
2024-04-12경향신문 2024년 3월 27일에 실린 기사 발췌 출처: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3272208005 아침에 해 뜨고 다음날 다시 해 뜰 때까지가 하루다. 지구 어디서나 오래전부터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를 이용했다. 보름달부터 다음 보름달까지 몇번의 하루가 있는지 세면 약 30이다. 대부분 문명에서 한 달의 길이가 30일 정도로 정해진 이유다. 매일 아침 어느 방향에서 해가 뜨는지 살피면 365일 정도를 주기로 해 뜨는 위치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의 길이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두 천체인 해와 달이 알려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주기가 일주일이다.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세상 만물을 6일에 걸쳐 만들어내고 다음날인 7번째 날에는 쉬었다고 적혀 있지만, 일주일이 왜 하필 7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는 아무리 하늘을 관찰해도 알 수 없다. 물리학자 다카미즈 유이치의 책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에서 월화수목금토일의 순서로 반복되는 7일로 일주일이 정해진 재밌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구약 성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수메르에서 이어진 바빌로니아 문명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살던 이들 고대인은 하늘을 유심히 관찰해 다섯 개의 밝은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찾아냈다. 당시의 우주 모형에 따르면,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정지해 있고, 가까운 순서로 달, 수성, 금성, 해, 화성, 목성, 그리고 토성이 각각의 고유한 원 궤도를 따라 지구 주위를 회전한다. 바빌로니아의 지구 중심 체계에서 먼 천체부터 적으면 토목화일금수월이 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던 이들은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었고 시간마다 지구에서 먼 천체부터 차례로 이름을 붙였다. 3월28일 1시가 목이라면 2시는 화, 3시는 일에 대응한다. 7개의 천체가 7시간마다 반복되니 1시가 목이면, 8시와 15시, 그리고 22시도 목이고, 다음날인 29일의 첫 시간은 금으로 시작한다. 이들 고대인은 특정 날짜의 이름으로 그날의 첫 시간에 붙여진 천체의 이름을 이용했다. 목 다음이 금이듯이, 날짜가 하루 지날 때마다 토목화일금수월에서 세 칸씩 이동해서, 금 다음엔 토, 토 다음엔 일의 순서로 이어진다. 결국 월화수목금토일의 순서를 얻게 된다. 이처럼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일주일의 길이와 순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유산이다. 우리나라의 요일 이름은 서양의 체계를 수용한 일본을 거쳐 19세기 말 유입되었다. 세계 어디서나 월화수목금토일은 일곱 개의 천체에서 비롯한다. 월요일은 영어로 Monday, 일요일은 Sunday다. 각각 달과 해가 어원이다. 화요일 Tuesday, 수요일 Wednesday, 목요일 Thursday, 그리고 금요일 Friday의 어원은 북유럽 신화다. 내가 몇년을 거주했던 스웨덴에서 목요일(Thursday)은 Torsdag이다. 천둥 번개를 만들어내는 신 토르의 날이라는 뜻이다. 북유럽의 토르는 로마의 주피터에 대응한다. 목성이 영어로 주피터고 목요일이 토르의 날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리 선조도 주기적인 휴일이 있었을까? 전통문화에서 중요한 주기는 7일이 아닌 열흘이었다. 개화기 신문 한성순보의 발간 주기 열흘, 우리가 한 달을 열흘로 나눠 초순, 중순, 하순으로 부르는 것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월간지 ‘민속소식’에 소개된 태종실록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관료들에겐 ‘순휴일’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10일마다, 한 달에 세 번 휴무일이 있었다. 10일의 주기는 프랑스 혁명 이후 역법에도 잠깐 등장했다. 한 해를 똑같이 30일로 이루어진 12개의 달로 나누고, 남는 5, 6일은 축제일로 했다. 30일 한 달을 10일로 이루어진 세 개의 일주일로 나눴고, 10으로 끝나는 날은 휴일, 5로 끝나는 날은 반휴일로 했다. 10진법을 기준으로 한 프랑스 공화력은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지 얼마 후 폐지된다. 하루, 한 달, 한 해는 해와 달이 알려주어 오래전부터 어디서나 널리 이용한 시간의 단위지만, 일주일은 천체의 움직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구 중심 체계에 천체가 일곱 개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당시에 다섯 개의 행성 중 수성을 빠뜨렸다면 일주일이 6일이 되어 우리가 더 자주 휴일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고대인이 천왕성을 넣어 일주일이 8일이 되었을 수도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익숙하다고 해서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도 그렇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